창복(생생연) 이야기

옹골진 땅콩을 수확 하고서.

임광자 2009. 9. 17. 14:14

옹골진 땅콩을 수확 하고서.

 

 

봄에 사촌동생 딸이 가져 온 땅콩에서 두 주먹을 심었다. 땅이 넓었으면 더 심었을 텐데 비좁아서 두 주먹만 심었다. 한 구덩이 두 알씩 심었다.

 

 

거름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땅콩은 무럭무럭 자라서 노란 예쁜 꽃을 보여 주었다.

 

수분이 된 꽃들은 긴 끈을 달고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 땅콩을 키운다.

 

 

 

 

 여름 내내 녹색 초원을 만들어서 넘넘 보기가 좋았다.


위와 같은 벌레들이 날아와 앉아 있으면 나는 그냥 반갑게 맞았다. 그런데~

 

그 벌레는 위와 같이 새 줄기 속에 빨대를 넣고 즙을 빨아 먹어 줄기가 힘 없이 고개를 떨구고말라 죽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가 잽싸게 벌레들을 잡아 죽이면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그 벌레 때문에 나는 날마다 살생을 거침없이 했다. 잡아서는 돌 위에 올리고서는 재빠르게 다른 돌로 쳤다. 잔인하지만 고통은 덜 했으리라. 단번에 죽였으니까.

 

 

9월이 접어들자 초록의 잎에 반점이 생기고 누리끼리 해져 뿌리 쪽을 보니 줄기에서 뻗어 나온 실들이 땅 속으로 들어가 있다.

 

어떤 것은 땅콩이 흙 위로 올라와 있다.

 

조금 흙을 파내니 땅콩이 우수수 얼굴을 내민다.

 

-반가워! 땅콩!-

그냥 반갑다. 조금 더 둘까 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 이야기가 지금 땅콩들 캐느라 다들 바쁘단다.

-이크 안 되겠다. 나도 캐야겠네.-

 

 

 

땅콩을 땅 속에 오래 두면 싹이 나온단다. 그리고 벌레들이 먹고. 그래서 캐버렸다. 캐서 땅콩을 일일이 따서 마르라고 널었다.

 

  

이제 씨알 잃은 어미풀을 어떻게 한다. 나무 아래 쌓아 썩혀서 거름으로 할까? 아님 바싹 말려서 태워서 재를 거름으로 사용할까? 번갈아 생각하다가 나무 아래 쌓아 놓았던 것을 마르라고 쫙 펴서 널었다.

 

 

바싹 마르면 태워야겠다. 잎에 벌레가 자주 앉았었으니 아마도 그 벌레들이 알을 낳아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 알들은 겨울잠을 자고는 내년 봄에 알이 깨어서 새끼들이 나와 자라서 작물들의 새줄기를 싹둑 싹둑 자르고 그 즙을 빨아 먹을 거다. 그건 정말 안 된다. 그렇지. 우와! 땅콩 벌레들아! 그냥 바싹 말려 태우면 활활 타서 너희들의 꿈은 사라지고 내 꿈은 살아난다.


林 光子 200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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