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나에게 돌로 밭둑을 만들라하네!
하늘은 나에게 돌로 밭둑을 만들라하네!
오늘 아침 일찍부터 공터와 생생연 사이의 옹벽을 칠 철근공사를 구경하였다.
갑자기 앞에 있는 흙산을 보는데 돌이라고 하기에는 크고 바위라고 하기에는 작은 돌들이 여기저기서 나를 보고 웃는다.
마치 자기들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돌들과 눈 맞춤을 하고 있는데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렇지 서북쪽의 밭둑을 돌로 만들면 보기도 좋고 시멘트도 적게 들어가고 의자처럼 앉아 있기도 하겠구나! 여름날 거기에 앉아서 민간약초가 풍기는 향기에 취하면 머리가 맑아지겠지.
서둘러서 손지게차를 밀고 공터로 가서 돌들을 실어 날랐다. 돌 하나씩 옮기느라 오고가고 오고가기를 되풀이 하자
-어허! 무슨 바위를 그렇게 옮겨요?-
-그렇게 큰 돌을 어디에 써요?-
-다른 사람들은 돌을 갖다버리는데 돌을 주워 와요?-
이웃들이 묻는다.
-꽃밭 둑을 만들려고요.-
-오셔서 앉아서 향기 맡아요.-
-큰일이군. 술꾼들이 돌을 들어서 아무데나 던지면 어떡해요?-
-시멘트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 시킬 거예요.-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웃는다.
-봄여름에요. 비빔밥에 소엽(차조기) 3장을 잘게 썰어 넣고 먹으면 혈액순환이 잘되어 피로가 물러가요.-
-시골에서 살적에 방아, 소엽, 박하 많이 먹었지요.-
-위장에 좋다는 향유(노야기)도 있어요.-
-응달져서 잘살까?-
-음지에서 사는 것을 이쪽에 심고 양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은 저쪽에 심지요.-
공터에 돌 가지러 가니 마침 공사 책임자가 와 있다.
-아저씨! 내가 여기서 큰 돌을 많이 가져갔어요.-
-어디에 쓰려고요?-
-화단 둑을 쌓으려고요. 그런데 시멘트 조각이 조금 있는데 그걸 여기에 갖다 놓을 게요?-
-그것 필요 없어요. 돌 안 가져가도 되어요.-
하며 막 웃는다. 뭐 다른 사람들은 말도 않고 가져다 버린다. 그래도 나는 이실직고하고 버린다. 돌을 가져가는 대신 시멘트 조각을 갖다 놓겠다고.
저녁 때가되니 팔이 얼얼하다. 그만 돌을 주어라는 신호다. 피로하지 않으려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야 한다.
돌들이 일렬로 배열하고 있는 걸 보니 뿌듯하다.
공터가 나에게 크고 작은 많은 돌을 주었다.
공사가 시작되고 좀 시일이 지났는데 큰 돌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큰 돌들의 사용처가 생각났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함에는 때가 있다고 하나 보다.
林光子 200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