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쯧쯧쯧! 배추가 기름기가 하나도 없네!

임광자 2008. 10. 9. 20:11
 

 

 

쯧쯧쯧! 배추가 기름기가 하나도 없네!


강의실 창 밖으로 배추밭을 보고 있는데 서너명의 할머니들이 배추 밭을 보면서

-세상에나 화분에다 배추농사를 지었네!-

-너무 약하다.-

-그러게나. 말이지.-

-기름기가 하나도 없네!-

여기까지 듣고서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서 가려는 할머니들을 붙잡고는

-여기 배추가 약하나요?-

-배추가 기름기가 하나도 없어!-

-너무 늦었어!-

-늦었어요?-

어쩐지 요즘 성장속도가 느리다 생각하였다.

-우리 집 밭의 배추는 요렇게 크게 폭이 앉았어.-

그러면서 두 손의 엄지와 다른 네 손가락을 하나로 세워서는 큼직하게 원통을 그린다.

-그렇게 커요?-

-폭이 단단하게 찼어.-

-나는 12월 중순에 김장을 하니 그 때까지는 자라겠지요.-

우리 집 식구들은 신 것을 덜 좋아해서 항상 김장을 12월 중순에 한다. 일찍 하면 시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폭이 차요?-

-비료를 주어야 혀.-

-퇴비로는 안 될까요?-

-안돼야. 요소비료를 주어. 그래야 폭이 차.-

-배추에 비해서 화분이 너무 작아.-

-그대로 두면 사그라져.-

-사그라져요?-

-점점 말라-


할머니들이 두어 마디씩 말하고 간 뒤에 곰곰 생각하니 큰일이다 싶다. 앞에 있는 대성 수선소에 가니 마침 아저씨도 있다.

-저기 배추에 비료를 주어야 한다는데 어디 가서 사요?-

-저 아래 농협에 가서 알아봐요?-

-농협이요?-

-비료는 아무데서나 팔지 않아요.-

듣고 있던 아저씨가 웃으며

-배추 값 보다 비료 값이 더 비싸겠다.-

-얼마나 하는데요?-

아주머니가 얼른

-계속 이것저것 기를 거니까 그냥 한 푸대 사다 놓고 써요. 비료를 주어야 폭이 찬다고 그러대요-


나는 얼른 손 지게차를 밀고 농협 옆의 하나로 마트로 가서

-비료 어디서 사요?-

-저기로 쭉 가서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로 가면 또 사거리가 나오는데 과일가게가 있어요. 과일가게 옆에 있어요.-

알려 준대로 아래로 갔다가 옆으로 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니 ㄷ자로 걷는다. 바로 과일가게 옆에 비료 파는 곳이 있다. 스윽 들어가니 창고다. 각종 비료가 잔뜩 쌓여있다. 거기서 지게차로 비료더미를 이리저리 운반하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보인다.

-아저씨! 비료 사러 왔어요?-

내가 아저씨를 불러도 지게차 소리에 들리지 않나 보다. 다시 큰 소리로

-아저씨이~ 비료 팔아요?-

큰소리를 연거푸 지르자 아저씨가 지게차 운전을 멈추고 획 돌아보며

-네?-

-배추를 화분에 기르는데요. 폭이 안차요. 비료를 주어야 폭이 찼다는데요?-

-비료 주어야 폭이 차요.-

-어떤 비료를 주어야 해요?-

-요소비료요.-


얼른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가 있다. 요소는 바로 오줌 속에 많다. 오줌을 썩혀서 물에 타서 주어도 될 뻔하였다. 그런데 냄새나는 오줌을 어디서 썩히나...


-아저씨! 비료 한 푸대에 얼마예요?

-이만천칠백원.-

-조금씩은 팔지 않나요?-

나는 습관적으로 창고 안을 휘둘러본다. 그러자 서쪽으로 한 켠에 열린 비료푸대가 있다.

-화분에 심어서 비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말 하고는 열린 비료 자루에 눈길을 주고 있자 아저씨가 그곳으로 가서는 열린 요소비료 자루를 들어보고는

-이것 반품하려고 둔 것인데 그냥 만원만 내고 가져가요.-

아무리 보아도 반 자루는 넘을 것 같다. 그리고는 아저씨가 바닥에 쏟아진 비료를 빗자루로 쓸어서 쓰레받기에 담아서 다른 자루에 담는다. 나는 얼른

-아저씨 그거 무얼 담았어요?-

-창고 안에서 비료가 샌 것을 담았지요.-

-그럼 거긴 여러 가지 비료가 들었겠네요.-

-이거 반품 할 거예요.-

-그것도 팔래요?-

-이걸 어떻게 팔아요. 반품하면 되는데요.-

-그거 제가 살게요. 얼마요?-

-에이 참 반품하면 되는데 이걸 어떻게 팔아요. 그냥 가져가요.-

-아저씨 감사 합니다.-


나는 횡제를 한 기분으로 직선거리로 금방 생생연에 도착하니 수선소 앞에 트럭 한 대가 있고 그 차 주인과 수선소 아저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저씨! 이것 다해서 만원 주었어요.-

하며 으스대는 폼으로 말하니 트럭에서 아저씨가 내리더니

-나 좀 봐요?-

비료 자루 속을 들여다보다가 화분의 배추를 보다가 나를 보다가 하더니

배추밭으로 따라와서는

-그냥 주면 배추 죽어요.-

-물에 녹여서 조금씩 주려고 하는 대요.-

-그렇게 귀찮게 언제 해요.-

말하며 화분의 배추의 가장자리 잎을 들추고 흙이 나오니

-여기 가장자리를 꽃삽으로 빙 둘러 파고 비료 한주먹을 넣고 흙을 덮고 물을 배추 잎 위에서 주어요. 한꺼번에 녹으면 죽어요.-

아저씨가 시범을 보인다.

-정말 말을 해야 무언가를 얻어요. 어떻게 딱 이 시간에 여기서 아저씨를 만나서 좋은 공부 하였어요. 감사 합니다.-

 

 

 

 

 

 

 

 

 

비료를 다 주고 물뿌리개로 배추 잎 위에 물을 주었다.

그전에는 배추잎을 들추고 흙 위에 물을 한 바가지씩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료가 한꺼번에 녹으면 배추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

배추 잎 위에 물을 주고는 조금씩 흙속으로 물이 스미도록 하였다.

비료가 다 녹는다 해도 비료를 묻은 곳의 배추 뿌리털은 흙을 파면서 상처를 입어서

그 쪽으로는 비료에 녹은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비료는 서서히 흙 속에 녹아서 퍼져나갈 것이다.


林光子 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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