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멋진 알몸
이층의 멋진 알몸
알몸을 들어낸 이층이 내 눈에는 멋지다.
속옷도 입히고 겉옷도 입히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어제 거푸집 떼어낸 자재를 내리는 중에 사고가 있었다.
-아주머니! 우리 일 시킨 사장님 전화번호 알아요?-
-무슨 일 있어요?-
-일하다가 머리를 다쳤어요. 병원에 가야 해요.-
-많이 다쳤어요? 산재보험에 들었으니 치료 잘 해 줄 거예요.-
-그렇게 많이 다친 것이 아니고요. 머리가 못에 찢어졌어요. 사장님이 알아야 치료비를 줄 거 아니에요.-
-내가 연락할 게요.-
그 사람들 일 시킨 사람은 거푸집 하청을 받은 목수 팀이다. 나는 목수 팀한테는 전화하기가 싫어서 시공자에게 전화를 하니
-많이 다쳤어요? 이 사장한테 전화 할 게요.-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층으로 올라가다가 인부 한사람을 만났다.
-지금 어디 있어요. 산재 보험으로 치료 받으려면 현장 사진이 있어야 하는 데요?-
-내가 택시 태워서 병원에 보냈어요.-
-그래요.-
이층으로 올라가서 현관 입구를 들어가려는데 현관 벽에 못이 있다.
-여기에 찍힌 거예요?-
-아니요. 저기요.-
그 못을 알려달라고 하니 머뭇거린다.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현장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조금이에요.-
바닥에는 아직도 자재가 많이 있다.
-아직 많이 남았네요?-
-못을 빼면서 내려야 하기 때문에 늦고 오후에는 다쳐서 못하고요. 내일까지 해야 해요.-
-하~참! 거푸집 떼어달라고 한지가 일주일이 넘었는데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요.-
-슬슬 혼자 내리는 데까지 내려야지요.-
어쩐지 뒤가 구린 모양으로 힘이 없어 보인다. 그는 피 묻은 모자를 보이며
-이게 그 사람이 흘린 피에요.-
많이 흘리지는 않았다. 나는 그가 일을 계속 하도록 이층을 내려왔다. 저녁 6시가 넘자 목수 팀 사장이 몇 사람을 데리고 왔다. 그는 사고경위를 물었을 거다. 나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니까. 어떻게 머리를 찍혔을까?
오늘 아침에 시공자가 와서 웃으며
-어제 사고는 하나가 위에서 잘못 던진 자재를 아래서 일하던 사람이 맞아서 생긴 상처래요.-
-처음에는 많이 다쳤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조금 다쳤다고 하던데 어떻게 되었어요?-
-열 바늘 꿰맸데요.-
-어쩐지 현장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조금 얼버무리데요. 찔린 못을 사진 찍겠다고 하니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사람 있는 줄 모르고 던지다가 다쳤데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시공자가 그냥 웃는다.
-오늘 크레인이 와서 실어갈 거예요. 오후에 들릴게요.-
그런데 아직까지 일하러 오지 않는다. 공사판을 보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마지막 잔금을 시공자는 일을 완전히 마무리 하면 주고 일하는 사람은 돈을 받고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서로가 끝까지 돈 주고 받는 것에 실랑이를 벌인다. 벽돌 팀, 미장이 팀, 배관 팀 등은 일이 끝나면 바로 점검을 받고 돈을 받아간다. 하지만 목수 팀은 다르다. 거푸집을 짓고 슬래브를 치고 양생을 한 후에 다시 거푸집을 뜯어서 다 실어가야 한다. 여기서 시공자는 거푸집 자재를 다 실어가야 잔금을 지불한다. 그런데 거푸집을 맡은 목수 팀 사장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착수금을 받고 거푸집 치고 중도금을 받고 거푸집을 뗄 때 잔금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시공자는 일한 결과를 보고 중도금을 주고 자재를 다 실어가야 잔금을 주려한다. 이 과정에서 쌍방이 팽팽히 맞서면 공사 일정이 후퇴한다.
이층 목수 팀은 슬래브를 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다른 사람을 불러 다시 하여서 처음 책정한 금액에서 깎일 것이다.
林光子 2008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