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싸움
모기장 생선 말리기를 들고 창고에서 나오니
고양이 두 마리 양지 벽에 기대고 앉아 있다
목을 늘려 고개를 올리고 4개의 눈이 한곳으로 쏠린다.
쑥 내민 머리통에 키 커진 고양이들
서로를 쳐다 보다 홱 고개를 돌려
생선 말리기가 아취 꼭대기에 걸리는 것을 본다.
순돌이 멍멍 짓자
망연자실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도랑으로 난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도랑은 시궁창 쥐의 아지트
찍찍 죽어가는 쥐 소리가 고막을 찌르고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해가 서산에 기울자.
알록달록 작은 고양이 한 마리
아취에 걸린 생선 말리기를 원망스레 본다.
내가 창문을 드르륵 열고
“저리 가!” 외치며 손 사례를 치자
어슬렁어슬렁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살금살금 어정 어정쩡 한발 두발
검은 고양이 하얀 고양이 연갈색 고양이
담벼락에 모여 앉아 아취 위의 생선을 본다.
순돌이 무서운 눈으로 야옹이들 노려보자
슬그머니 일어나 야옹이들 배수로 위를 걷고
순돌이 아취 위 생선을 보며 입맛만 다신다.
아취 위의 생선은 아래에서 벌어지는
호시탐탐 노리는 고양이와 개의 눈치 싸움
아는지 모르는지 꾸둑꾸둑 말라간다.
눈치싸움 삼파전이 무르익어가면서
"저게 말리면 갖은 양념 발라 찜을 해서
밥도둑 만들어야지."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위 글은 다음에 나올 “생명의 시”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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