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소설2
무덤 속 두 목숨 살린 도둑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무덤 털어 먹고 살던 한 도둑이 부잣집에 초상이 났다는 소문을 듣고 조문객으로 찾아와 마당에서 한상 받고 자잘한 심부름도 해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집한 결과 젊은 며느리가 급사를 해서 노잣돈도 넉넉히 넣고 사용하던 물건도 함께 넣어주었다고 한다. 도둑은 집으로 가서 무덤을 파고 부장품을 꺼낸 후에 다시 무덤을 원래대로 해 놓는데 필요한 여러 장비를 챙겼다.
도둑은 상여 뒤를 멀리서 뒤따라가서 새로 만든 무덤 위치를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밤이 깊어지자 언제나 하던 대로 마누라와 함께 낮에 만들어진 무덤으로 가서 마누라는 망을 보고 도둑은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널이 나오자 못을 빼고 시체 주변에 있는 값나가는 부장품을 배낭에 챙기고 반지를 빼기 위해 손가락을 살피니 가락지가 있다. 촉감으로 보아 이건 분명 금이다. 가락지를 빼려는데 빠지지 않는다. 가락지가 빠져야 무덤을 새벽 닭이 울기 전에 완전하게 원상복귀하고 집으로 줄행랑을 칠 것인데 큰일이다. 도둑은 할 수 없이 가지고 간 날카로운 칼로 가락지 낀 손가락을 잘라 배낭에 넣고 시체 팔을 다시 넣는데 손가락이 잘려나간 곳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 널을 덮고 다시 못질을 하려는데 시체가
“푸후~”
하고 입으로 긴 숨을 내뱉는다. 깜짝 놀란 도둑 시체의 입을 막았더니 시체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도둑은 귀신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속옷만 입은 시체가 일어나 기다시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니 집에 있던 사람들 중 한사람이
“피 흘리는 귀신이 나타났다!”
소리를 지른다.
젊은 며느리는 자신을 보고 놀라며 귀신이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대청마루에 올라서는 그대로 기절하였다.
남편과 시부모가 와서 살피니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피를 흘리고 있다. 자세히 살피니 분명 아내요 며느리다.
정신을 차린 며느리가
“제가 아이를 가졌는데 그 이야기도 못하고 죽는 줄 알았어요.”
“뭐라고!...?”
다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살아온 여인을 본다.
곧 닭이 울고 날이 밝아오자 장정들이 무덤으로 갔다. 무덤이 파헤쳐졌다. 불려온 의원이 여인을 진맥한다.
“아이를 가졌어요. 경사에요.”
“왜 죽었을 가요?”
“급체를 해서 숨길이 막히고 맥이 막혔던 모양입니다. 손가락이 잘리면서 혈이 빠져나가 맥이 뚫리고 도둑이 옷을 벗기느라 좁은 널 속에서 이리저리 심하게 뒤척이니 숨길도 열린 모양입니다. 도둑이 두 목숨 살렸어요.”
옛날에는 부잣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나면 무덤이 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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