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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교재자료/건강생활

건강하려면 혀로 먹지 말고 머리로 먹어야 한다.

by 임광자 2011. 10. 11.

건강하려면 혀로 먹지 말고 머리로 먹어야 한다. 


옆방에는 각종 성인병과 벗하며 사는 늙은 총각이 살고 있다. 그가 먹는 것을 보면 비만증과 고혈압과 당뇨병이 상주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단 것을 좋아하고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 반면에 몸에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자기 입맛에 맞으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그는 김장 배추김치를 길게 썰어달라고 한다.

-짜니까 조그맣게 옆으로 썰어 줄 테니 머리 부분은 그냥 먹고 꼬리 부분은 밥 위에 쫙 펴 올려서 싸 먹으면 맛있다.

-나는 머리는 맛있는데 꼬리는 너무 얇아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으니 그냥 길게 썰어 주던지 김치를 싱겁게 담아줘.

-지금 먹는 김장김치는 싱겁게 담으면 시고 물러지고 곰팡이 피어서 못 먹는다. 짜니까 지금까지 있지. 짠 대신에 조금씩 먹으면 되잖아.

-길게 썰어주면 그냥 하나를 들어서 줄기와 잎을 한꺼번에 먹으면 단단하고 연한 맛이 어울러져서 맛있어.

-배추 잎이 길어서 가늘게 썰어도 그걸 한꺼번에 먹으면 너무 짜니까 중간에 끊어 먹어라.

-그러면 맛이 없다니까.

-짠 것은 몸에 안 좋다며 왜 짜게 먹는데?

아무 말이 없다. 김치를 싱겁게 담으면 썰지 말고 머리만 떼고 달라고 하면서 배추 한 잎을 젓갈로 들어 올려서는 입을 쩍 벌리고 통째로 입에 넣고는 씹어 먹어서 한포기를 머리만 떼고 주면 한 끼에 다 먹는다. 포기가 클 때는 두 끼를 먹을 때도 있다.

 

멸치를 볶아주면 한 수저 밥에 멸치를 젓갈로 듬뿍 집어서 먹는다.

-멸치가 짜니까 서너 개씩만 먹어.

-그럼 맛이 없어.

나는 날 멸치를 그에게 주면서

-짠가 보통인가 먹어 봐.

-짜!

-멸치를 볶을 적에 엿을 넣어서 짠 맛이 죽은 거야. 거기다 짠 고추장까지 넣잖아. 넌 매콤해야 좋다며.

-엿을 넣어서 짠 맛이 없어졌으니 짜지 않지.

-단맛이 짠맛을 없애는 것은 맛에서만 그럴 뿐이야. 소금은 그대로 있어, 많이 먹으면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게 돼.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아주 뚱뚱하지만 사탕을 사다 놓고 심심하면 먹는다.

-단 것은 탄수화물이니까 많이 먹으면 바로 살로 가고 안 좋아. 니 몸을 생각해 봐.

-이렇게 작은 게 무슨 살로 가.

-그럼 걷든가 몸을 움직여.

-약 먹으면 되는데 왜 힘들게 움직여. 한 번 움직이려면 숨이 차.

요구르트와 사과를 먹다가

-사과가 비싸니까 요구르트만 먹을래.

-고혈압에는 요구르트 보다 사과가 더 좋아.

그는 요구르트를 시도 때도 없이 심심하면 하루에 몇 개씩 먹는다.

-요구르트 먹고 이 닦아.

-어떻게 먹을 때 마다 이를 닦아. 그냥 입맛을 다시면 침이 입속을 청소해 줘.

-그러니 송곳니가 흔들거리다 빠졌지.

-요구르트 먹는다고 치아가 나빠지나. 나이 먹으니까 치아가 약해지는 거지.

-단 것은 치아에 아주 좋지 않아. 그럼 단 것을 먹고 양치질을 하던가.


그는 채소도 생선도 싫어하고 오직 돼지고기만을 좋아한다. 돼지고기를 삶아 먹거나 불고기를 해 먹을 때는 아예 밥을 먹지 않고 채소도 먹지 않고 고기만 먹고서 끼니를 떼운다.

-상추랑 쑥갓이랑 들깻잎이랑 함께 쌈을 해 먹으면 몸에 좋지 않아.

-채소와 함께 먹으면 고기 맛을 느낄 수 없잖아.

-그럼 밥하고 다른 반찬이랑 함께 먹어.

-그렇게 먹으면 고기 맛을 느낄 수 없다니까.


시거나 조금 쓴맛이 나면 어떤 나물도 먹지 않는다. 오직 달짝지근한 것만 좋아한다. 상추도 부추도 돌나물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싫어하는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참기름 치고 비벼주거나 부침개를 해 주면 잘 먹는다.


-잡곡밥 먹자.

-잡곡밥 싫어. 밥맛이 없어.

-지금 계속 체중이 늘지 않아? 고혈압에는 체중을 줄여야 하고 잡곡밥이 좋아.

-고혈압 약을 먹으면 다 알아서 약이 일정하게 혈압을 조절해주니 걱정 없어.

-약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건강해지려면 지금까지 즐겨 먹었던 음식을 멀리하고 싫어했던 음식을 즐겨야 한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소용없다. 몸에 좋지 않는 것만 좋아하고 입맛 따라 음식을 먹는다. 날마다 비만증은 심해가고 그가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래도 어쩌랴. “말을 물가로 끌고는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 건강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

 

건강하려면 혀로 먹지 말고 머리로 먹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머리로 먹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2011.10.11.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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