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면 혀로 먹지 말고 머리로 먹어야 한다.
옆방에는 각종 성인병과 벗하며 사는 늙은 총각이 살고 있다. 그가 먹는 것을 보면 비만증과 고혈압과 당뇨병이 상주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단 것을 좋아하고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 반면에 몸에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자기 입맛에 맞으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그는 김장 배추김치를 길게 썰어달라고 한다.
-짜니까 조그맣게 옆으로 썰어 줄 테니 머리 부분은 그냥 먹고 꼬리 부분은 밥 위에 쫙 펴 올려서 싸 먹으면 맛있다.
-나는 머리는 맛있는데 꼬리는 너무 얇아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으니 그냥 길게 썰어 주던지 김치를 싱겁게 담아줘.
-지금 먹는 김장김치는 싱겁게 담으면 시고 물러지고 곰팡이 피어서 못 먹는다. 짜니까 지금까지 있지. 짠 대신에 조금씩 먹으면 되잖아.
-길게 썰어주면 그냥 하나를 들어서 줄기와 잎을 한꺼번에 먹으면 단단하고 연한 맛이 어울러져서 맛있어.
-배추 잎이 길어서 가늘게 썰어도 그걸 한꺼번에 먹으면 너무 짜니까 중간에 끊어 먹어라.
-그러면 맛이 없다니까.
-짠 것은 몸에 안 좋다며 왜 짜게 먹는데?
아무 말이 없다. 김치를 싱겁게 담으면 썰지 말고 머리만 떼고 달라고 하면서 배추 한 잎을 젓갈로 들어 올려서는 입을 쩍 벌리고 통째로 입에 넣고는 씹어 먹어서 한포기를 머리만 떼고 주면 한 끼에 다 먹는다. 포기가 클 때는 두 끼를 먹을 때도 있다.
멸치를 볶아주면 한 수저 밥에 멸치를 젓갈로 듬뿍 집어서 먹는다.
-멸치가 짜니까 서너 개씩만 먹어.
-그럼 맛이 없어.
나는 날 멸치를 그에게 주면서
-짠가 보통인가 먹어 봐.
-짜!
-멸치를 볶을 적에 엿을 넣어서 짠 맛이 죽은 거야. 거기다 짠 고추장까지 넣잖아. 넌 매콤해야 좋다며.
-엿을 넣어서 짠 맛이 없어졌으니 짜지 않지.
-단맛이 짠맛을 없애는 것은 맛에서만 그럴 뿐이야. 소금은 그대로 있어, 많이 먹으면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게 돼.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아주 뚱뚱하지만 사탕을 사다 놓고 심심하면 먹는다.
-단 것은 탄수화물이니까 많이 먹으면 바로 살로 가고 안 좋아. 니 몸을 생각해 봐.
-이렇게 작은 게 무슨 살로 가.
-그럼 걷든가 몸을 움직여.
-약 먹으면 되는데 왜 힘들게 움직여. 한 번 움직이려면 숨이 차.
요구르트와 사과를 먹다가
-사과가 비싸니까 요구르트만 먹을래.
-고혈압에는 요구르트 보다 사과가 더 좋아.
그는 요구르트를 시도 때도 없이 심심하면 하루에 몇 개씩 먹는다.
-요구르트 먹고 이 닦아.
-어떻게 먹을 때 마다 이를 닦아. 그냥 입맛을 다시면 침이 입속을 청소해 줘.
-그러니 송곳니가 흔들거리다 빠졌지.
-요구르트 먹는다고 치아가 나빠지나. 나이 먹으니까 치아가 약해지는 거지.
-단 것은 치아에 아주 좋지 않아. 그럼 단 것을 먹고 양치질을 하던가.
그는 채소도 생선도 싫어하고 오직 돼지고기만을 좋아한다. 돼지고기를 삶아 먹거나 불고기를 해 먹을 때는 아예 밥을 먹지 않고 채소도 먹지 않고 고기만 먹고서 끼니를 떼운다.
-상추랑 쑥갓이랑 들깻잎이랑 함께 쌈을 해 먹으면 몸에 좋지 않아.
-채소와 함께 먹으면 고기 맛을 느낄 수 없잖아.
-그럼 밥하고 다른 반찬이랑 함께 먹어.
-그렇게 먹으면 고기 맛을 느낄 수 없다니까.
시거나 조금 쓴맛이 나면 어떤 나물도 먹지 않는다. 오직 달짝지근한 것만 좋아한다. 상추도 부추도 돌나물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싫어하는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참기름 치고 비벼주거나 부침개를 해 주면 잘 먹는다.
-잡곡밥 먹자.
-잡곡밥 싫어. 밥맛이 없어.
-지금 계속 체중이 늘지 않아? 고혈압에는 체중을 줄여야 하고 잡곡밥이 좋아.
-고혈압 약을 먹으면 다 알아서 약이 일정하게 혈압을 조절해주니 걱정 없어.
-약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건강해지려면 지금까지 즐겨 먹었던 음식을 멀리하고 싫어했던 음식을 즐겨야 한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소용없다. 몸에 좋지 않는 것만 좋아하고 입맛 따라 음식을 먹는다. 날마다 비만증은 심해가고 그가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래도 어쩌랴. “말을 물가로 끌고는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 건강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
건강하려면 혀로 먹지 말고 머리로 먹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머리로 먹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2011.10.11.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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