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연 교재자료/생태계

대나무 옆 탱자나무엔 탱자가 안 열린다???

by 임광자 2010. 9. 17.

대나무 옆 탱자나무엔 탱자가 안 열린다???


어릴 적 고창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많았다. 우리 집 울타리도 탱자나무였고 고창천변에도 탱자나무 울타리가 많았다. 내가 대학 공부를 위해서 서울로 갔을 때까지도 우리 집은 탱자울타리였다. 어릴 적에 풋탱자를 따서 최 약방에 가서 감초와 바꾸어 먹곤 했다. 그러다가 노랗게 익으면 시디신 탱자에 구멍을 내고 속을 쪽쪽 빨아 먹었다. 탱자를 손에 쥐고 다니면서 먹으면 달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신걸 어떻게 먹냐?

며 입맛을 다시곤들 했다.


어느 때쯤인가부터 집에 들렀을 때 보니 울타리에는 탱자나무가 없어지고 잡목들이 있었다. 고향에 내려와서 살고부터 탱자나무 울타리가 그리워졌다. 아마도 탱자에 대한 추억이 많아서일 거다. 오늘은 탱자나무를 찾아 나셨다.

작년에 고창천 사진 찍으러 다닐 적에 탱자나무가 울타리로 조금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보긴 보았는데 어디쯤인지 영 기억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탱자나무 있는 곳을 알아요?

-지금 탱자나무 보기 힘들지요.

읍 변두리에 넓은 텃밭을 가진 살림집이 있는 개 사료 단골집으로 가니 아주머니가 가게 바닥에 더럭 주저앉아서 고추를 다듬고 있다.

-혹시 탱자나무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우리 동네에는 없고 더 가야 있어.

-얼마큼 가야 하는데요?

-한참 가야 해. 내가 작년에 돌아다니다가 보았는데요. 영 기억이 안나요.

-그럼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네. 고창천 너머로 가봐이.


그냥 걸었다. 멀리 갈까 그냥 가까운 곳을 찾아볼까 생각에 잠기면서..

그러다 아는 가게로 들어갔다.

-혹시 여기 어디에 탱자나무 있어요?

-탱자나무는 뭐 하게?

-사진 찍으려고요.

-옛날에는 여기 앞의 집들이 모두 탱자나무 울타리였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어.

곰곰 생각하더니

-그래 저쪽 천변 쪽으로 가면 은행나무울타리를 지나서 대나무 울타리 사이에 탱자나무가 있었던 것 같아. 그리로 가 봐요.


고창 천변 가 집 울타리로 촘촘히 심어진 은행나무가 옆으로는 뻗을 수 없는 팔 대신 손과 머리를 하늘 높이 뻗어서 끝을 보려하니 가물가물하다. 한참을 걸으니 대나무 울타리가 나온다. 대나무도 아주 빽빽하게 심어져서 울타리가 되었다.

 

 

대나무 사이사이에 탱자나무가 버티기 힘들다고 이리저리 손을 뻗치고 있다. 그런데 탱자가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탱자 없는 탱자나무 사진을 찍고 시장으로 와서 후배가 하는 튀밥 집에 들렀다. 

후배는 내일이 추석 대목장이라 강정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가게 마루에는 아주머니 한분이 앉아 있다.

-탱자나무 사진은 찍었는데 탱자는 하나도 찍지 못했다.

 

 

-지금 탱자가 열렸을 텐데. 우리 동네에 있는 탱자나무에는 탱자가 주렁주렁 인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대답한다.

-아주머니가 어디 사는데요?

-신림면 살아. 탱자나무 있는 곳은 우리 동네에서 더 걸어가야 해.

-거기까지 가기는 그렇고요. 내일 시장에 나온 탱자 사진을 찍어야겠네.

-지금 탱자 안 나와. 가을에 익어야 나오지.

후배가 말하자

-약한다고 팔려 나오지.

아주머니가 말한다.

-대나무 속에 탱자나무가 있어서 제대로 찍지도 못했어요.

-그렇지 대나무 옆에 있으면 탱자 열지 않아.

-왜요?

-대나무가 독해서 탱자를 못 열게 해. 대나무 옆에서 자란 옻나무나 엄나무는 약효가 없어 약으로 하지 않아.

-그래요. 왜 그럴 가요?

-대나무가 독해서 그렇대. 그것도 몰랐어.

-네. 몰랐어요.

 


정말 그럴까? 내년 봄에 대나무 숲 속에 있는 탱자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지 보아야겠다. 풋탱자는 지실이라고 말려서 한약재로 사용한다. 혹시 풋탱자를 누가 다 따 버렸을까?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줍지도 못하게 대나무 숲이 울창한데...무슨 이유가 있을까? 내 머리 속에서는 숙제 하나가 또 새겨지게 되었다.

 

탱자나무는 대나무에게 밀리고 있다.


탱자는 두드러기가 돋으면 끓여서 그 물로 씻으면 없어지고 위장에 좋다. 내일 장에는 탱자와 만나야겠다.


2010.09.17. 林 光子


 

★아이폰에서 "인체와 건강 이야기" 글을 볼 수 있어요. 

아래를 클맄:
http://podgate.com/web/?ac=apps&item_id=376650285
 
다운가능 : 한국 Yes / 미국 Yes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