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펑!!! 눈앞이 안 보여요!
어제 발순이 집에 지붕 올리기를 잘 했다. 옆이 보일러실이라 훈김이 다가 올 거고 보일러실과 강의실 벽 사이에 집이 있어 찬바람을 막아주어 훈훈할 거다. 지붕을 올리며 옆으로 처마가 나오게 하고 그 아래에 물과 밥그릇을 놓아주니 적어도 눈비는 피해서 젖은 밥은 먹지 않아도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그릇을 보니 진순이 집 속의 것은 아주 살짝 얼었는데 발순이 물그릇은 밖에 있어 좀 세게 얼어서 녹여 주었다.
낮에는 눈이 많이 녹았다. 눈발도 설렁설렁 내렸다.
허나 저녁 때가 되자 눈이 그냥 펑펑펑!!!
저녁 때 시장을 갔다. 시장 속은 지붕이 있어 밖에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모른다. 오늘은 장날인데 눈발이 앞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니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어 평일 보다 더 한산하다. 김치찌개 하려고 돼지고기는 시장 속 정육점에서 사고, 손두부 가게는 시장 밖이고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길로 가는데 쌓인 눈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진다. 막 만들어서 따끈따끈한 손두부를 사다 먹는다. 마트는 집에서 가깝지만 그곳의 두부맛은 손두부만 못하다. 땅으로 발을 내려놓으면 털신이 눈 속으로 쏘옥 들어간다. 발걸음을 떼려고 발을 들면 바지 끝과 털신 끝이 보이지 않고 발등에 눈만 수북하다. 눈이 앞을 보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안경을 써서 눈은 뜰 수가 있다.
가게 주인들이 사람이 다니는 길의 눈을 걷어내고 걷어내지만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발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그냥 쓸고 쓸어도 하얀 길이다. 옷에 눈이 쌓여서 하얀 옷을 입고 다닌다. 모자에는 수북이 쌓이고 사방이 하야니 눈의 나라에 온 느낌이다.
방금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2009.12.18.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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