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순이 밥에 눈이 쌓여서.....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눈이 여기저기 희끗희끗 쌓여있다. 뉴스로는 고창에 눈이 많이 내릴 거라고 해서 하얀 세상을 기대했는데 눈이 별로다. 햇볕이 따스하게 내려 쪼이자 눈은 녹아내리고 듬성듬성 남는다. 눈발이 가끔씩 휘날리지만 쌓이지는 않고 녹아버린다.
내가 벽돌을 쌓아 만든 진순이 집은 커서 안에 물과 밥그릇이 있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걱정이 없지만 발순(발바리)이 집은 산거라서 물과 밥그릇을 집 밖에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염려했던 대로 사료 그릇을 보니 희끗희끗한 것이 보인다. 만져보니 눈이다. 거기다가 물위에는 살얼음이 얇게 깔렸다. 안타까운 눈으로 발순이를 보고는 얼른 생각해낸 것이 지붕을 올려서 한쪽에 처마를 만들어 물과 밥그릇을 놓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사진처럼 만들었다.
발순이가 사진을 찍으니 앞으로 바싹 다가와서 실제 보다 크게 나왔다. 발순이는 아주 작다. 그래도 발바리라서 귀엽고 옆에만 가면 너무도 핥아서 멀리 지나다니는데 사람이 가는 쪽으로 자기도 뛴다. 아무튼 작은 것은 귀엽다.
발순이를 진순이 옆에 살게 하려고 했는데 진순이 발순이 등을 물어서 멀리 떼어놓고 있다. 서로가 보기는 해도 가까이 갈 수 없게 하였더니 진순이 자주 발순이를 먼발치로 바라본다. 그러나 발순이는 진순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물린 아픔을 기억하는지. 그냥 집 앞에 앉아서 주차장 쪽으로 차가 들어오고 나가고 사람이 지나는 것을 구경하고 양지쪽이라 해님이 찾아오면 집 앞 지푸라기에 앉아서 일광욕을 멋들어지게 한다.
발순이는 진순이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발순이를 진순이 새끼인줄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진순이는 족보 없는 진돗개 혈통이고 발순이는 발바리다. 품종은 전혀 다르지만 외모는 참 많이도 닮았다. 진순이 강아지시절보다 발순이가 훨씬 작다.
작은 발순이가 우리 집에 오자마자 밥을 주니 먹지를 않아서 진순이 먹는 사료를 주니 금방 우두둑우두둑 깨물어 먹는다. 사료가 깨지는 우두둑 소리가 듣기도 좋고 발순이 사료를 먹는 모습도 앙증맞다. 한번은 사료를 담아놓은 그릇을 엎질러서 사료가 흩어졌었다. 발순이 달려와서는 엎질러진 사료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지금도 발순이가 사료는 깨무는 소리와 위아랫니를 사료에 맞추어 씹는 모습이 귀엽다.
지금 고창에는 눈이 쏟아지고 있다. 내일 아침에는 하얀 세상을 볼 것 같다.
2009.12.17.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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