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나의 김장방법
지난 장날에 시장을 뺑 둘러보는데 한곳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는 싱싱한 배추를 트럭에서 팔고 있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나도 웃고는 웃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트럭에 쌓인 배추들을 보다가 앞쪽에 잘라 놓은 것을 보니 아주 맛있어 보여 잎 하나를 떼어서 먹어보니 달착지근한 게 고소하기도 하다.
-바로 이 맛이야! 배추가 이런 맛을 내야 김치가 맛있지.-
속으로 생각하고는
-하나에 얼마지요?-
-500원만 주세요.-
속으로
-이런 횡재 보았나! -
갑자기 어깨가 으슥해진다.
배추는 네 통을 하나로 묶어 다발로 팔고 있었다.
9다발을 샀다. 36포기다. 올해는 속을 많이 넣지 않고 김치 국물을 많이 만들어 어릴 적에 어머니가 김장 하듯이 하고 싶다. 서울식은 간 절인 배추에 김치 속을 발라서 김장을 하는데 옛날 전라도에서는 김치 버무릴 양념물을 여러가지를 만들어 혼합해서 간 절여 물 뺀 배추를 담가서 양념이 푹 베이도록 담았다. 그래서 김치를 담아 놓으면 국물이 많이 나왔다.
배추를 샀으니 부재료를 사야 한다. 여러 번 시장을 돌면서 내 마음에 드는 부재료를 사 날랐다. 무, 갓, 쪽파, 대파, 청각, 미나리, 쌀새우를 준비했다. 삶아서 보쌈 해 먹을 돼지고기도 샀다. 잡젓과 새우젓은 집에 있는 걸로 하기로 한다.
멸치와 다시마 양파를 넣고 끓였다.
청동호박을 썰어 끓였다.
잡젓을 끓였다.
돼지고기를 삶았다.
찹쌀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여 식힌 후에 고춧가루 풀어서 김치 냉장고에 넣었다.
큰 다라이에 준비한 끓인 양념물들을 붓고 찹쌀풀에 넣은 고춧가루를 넣고 마늘, 생강, 청각, 갓, 미나리, 대파, 쪽파, 쌀새우를 넣고 매실차를 넣었다, 청동호박은 이뇨작용이 강하고, 생장호르몬의 원료인 요오드를 비롯하여 미네랄이 풍부한 청각은 시는 것을 방지해서 예년 보다 올해는 조금 더 많이 넣었다. 완숙매실은 김치가 시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고 항암작용이 있어 넣었다. 매실 속의 항암제인 비타민 비 세븐틴은 잘 익은 씨 속에 있어 청매에는 거의 없다. 돼지고기 삶은 물도 넣었다. 김치국물맛이 좋다.
김장재료를 사 놓고 혼자서 쉬엄쉬엄 준비하다 보니 오늘에야 버무렸다. 삼삼하게 김칫국물에 밥 말아 먹기 좋게 간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배추의 중간 줄기가 간이 삼삼해서 익으면 너무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이틀 정도 지나서 너무 싱거우면 소금을 살짝 뿌려야겠다.
보이는 김치 냉장고 속에, 갓김치 한 통 하고 나머지 열한통에 모두 배추김치다. 며칠 후에 굴생채를 조금 담아야겠다.
내일은 떼어 놓은 배추 겉잎을 골라서 소금물에 담가 두어야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김치통 위에 식품 저장용 비닐 깔고 우거지를 올려야겠다.
위 비닐 두루마리 통은 서울의 방산시장에서 식품 보관용으로 조금 비싸게 샀다. 아마 십년도 넘은 것 같다. 김치통 위에 깔거나 차를 담은 병의 위에 올리고 뚜껑을 덮을 때 사용한다. 이중으로 되어 양쪽을 막아서 음식을 넣기도 한다.
2009.12.07.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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