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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사랑과 정 이야기

by 임광자 2009. 12. 2.

사랑과 정 이야기

 

 

사랑이 장미꽃이라면
정은 쑥이지요.


사랑은 장미라서 가시가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정은 쑥이라서 우리의 먹을거리가 되어
우리 몸을 보호해줘요.


사랑이 불이라면
정은 물이지요.


사랑은 불이라서 위로 올라가 흩어지지만
정은 물이라서 아래로 흐르고 흘러 모여요.


사랑은 높은 데로 임하지만
정은 낮은 데로 흘러 서로 얼싸 안아요.


사랑은 불이라서 음양에서 양이지만
정은 물이라서 음양에서 음이지요.

 

사랑은 양이어서 활달하지만
정은 물이라서 조용조용해요.


사랑은 불이라서 따스하거나 뜨겁지만
정은 물이라서 시원하거나 추어요.


사랑은 불이라서 짧게 살지만
정은 물이라서 오래오래 살아요.


사랑은 불이라서 불을 지필 재료가 필요해
남을 희생시키지만
정은 물이라서 모여서 형체가 들어 나면
많은 것을 품어서 덮어 주어요.


불은 가연성 물질을 태워 스스로가 있음을 밝히지만
물은 모여서 형체를 들어내면 오지랖이 넓어서
제 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품어요.


불과 물은 상극이라서 서로를 없애려 해요
보통은 물이 불을 끄지요.
그러나 큰불은 작은 물을 증발시켜 없애버려요.
불이 아무리 물을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물은 불의 공격을 받으면 잠시 수증기가 되어
흩어지지만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불의 최고 상징인 태양을 가려
하늘을 흐리게 하고
햇빛과 햇볕을 약하게 해요.
그래서 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구름이래요.


사랑은 슬프게 헤어지면 증오로 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정은 미우면 미운 정이 고우면 고운 정이 들어
그저 정만 쌓아가지요.
그래서 사랑 보다 강한 것은 정이래요.


연인은 사랑으로 만들어져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렵지만,
만나도 서먹서먹하지만
친구는 정으로 만들어져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워요.


사람들은 말하지요.
더러운 게 정이라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게 정이라고요.


순간의 사랑이 쌓여서 정이 되고
정이 들면 정 위에 사랑이 꽃봉오리 되어
정사랑 꽃이 피면
세상이 새롭게 열려요.


사랑이 불꽃이라면
정은 옹달샘이에요.

 

 

 

2003년 봄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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