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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진순이 발순이 입양

by 임광자 2009. 11. 8.

진순이 발순이 입양


오늘 장날이라 시장을 한 바퀴 돌다가 닭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닭집 옆구리에는 닭 말고 팔려는 다른 동물들이 작은 울에 갇혀있다. 아주머니 한분이 우리 속을 보고는

-저 개 발바리 같은데 개 파는 사람이 없네. 샀으면 좋겠는데.._

발바리라는 말에 귀가 번쩍한다.

-발바리요?-

-저기 새끼가 있어요.-

플라스틱 울 속에 고양이와 함께 들어있는 강아지가 참 귀엽게도 생겼다.

닭집 아저씨에게

-저거 정말 발바리에요?-

-발바리 새끼에요.-

진순이는 너무 커서 데리고 다니기도 힘들고 여러 가지로 불편해서 작은 삽살개나 발바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기에

-저거 얼마에요?-

-만원만 받아 달래요.-

-정말 어른개가 되어도 작지요?-

-이 보다 조금 더 커요. 발바리는 성장속도가 느려서 잘 안 커요. 크면 값도 안 나가요.-

발바리를 발순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줄을 사기 위해서 철물점에 갔다.

-이 강아지에 맞는 개줄 있어요?-

-지금은 큰개 줄만 있어요. 내일이면 가져 오는데요.-

부탁하고 박스 하나 얻어서 그 속에 넣고 내일까지 강의실에 놓고 지내려고 강의실로 들어오자 캥캥 거린다. 진순이 곁으로 가서 옛날 집 속에 넣어주고 앞을 조금 막았는데 바로 나온다. 다시 철물점에 가서 목줄만이라도 달라고 하니 목줄이 없다며

끈으로 목줄을 만들고 매다는 줄을 준다.

 

집으로 오는데 내가 발바리라고 하였던 말을 들은 부부가 한마디 한다.

-아무래도 발바리가 아니고 큰개 새끼인 것 같은데....-

라고 말한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부리나케 닭집으로 가서 아저씨에게

-얘 발바리 아니라고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말해요.-

따지자 두 말 없이 호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는 나에게 주면서

-안 팔아요. 발바리 새끼니까 발바리로 팔지 원.-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이 강아지를 보고는

-이거 발바리 맞아요. 젖 떼고 밥 먹을 때가 되니까 팔러 나왔을 것 아니에요. 큰 개 새끼는 이 보다 커요. 이 발바리는 조금만 더 크고 안 커요. 분명 발바리 맞아요.-

헷갈린다. 정말 발바리라면 가져가야 한다.

-아저씨가 돈 받고 저 발바리 꺼내 주어요?-

닭집에서는 발바리를 키우고 있다. “만약에 이 강아지가 큰개로 큰다면 이집의 발바리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달라고 해야지” 생각하고서 다시 사서 안고 왔다.


 진순이 침대 한쪽편에서 깜박잠을 자는 발순이.

 

 

 

 

 

 

둘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발순이 자기 집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꾸만 진순이 집 나무 침대 위로 올라가서 지내려고 한다. 서로가 들락 거리면서 서로의 줄이 꼬이기도 한다. 아직 새끼라서 진순이를 보고는 엄마 같기도 한가 본데 진순이는 새끼를 낳아서 길러보지 않아서 접근했다 피했다 한다. 딸로 인정을 했으면 좋겠다.

 

손님이 와서 함께 나가 점심을 먹고오니 진순이 발순이를 어떻게 하였는지 비를 맞아 홍건히 젖은 채로 덜덜 떨고 있다. 대뜸 목욕탕으로 가서 목욕을 시켜 털을 말리니 그 모습이 귀여워 강의실에서 며칠 키울까 생각하고 있는데 발순이 엉덩이를 내리더니 그냥 강의실 바닥에 오줌을 쌌다.  이크 안되겠다 싶어 포대기에 싸서 집에 넣고 진순이가 볼 수만 있을뿐 접근 못할 자리로 발순이 집을 옮겼다.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잔다.

 

진순이는, 처음에는 풀어놓고 키웠는데 대소변을 멀리가서 누고 왔다. 묶어 놓았을 때 오줌 똥이 마려우면 끙끙거려 풀어 놓으면 누고 다시 왔다. 옆에 흙이 있을 때는 흙을 파고 대소변을 하고 다시 흙으로 덮었다. 그런데 발순이는 대소변을 아무대나 누는 습관이 있다. 지금은 진순이를 묶어놓고 길러서 그냥 흙바닥에 싸면 치운다. 그러나 발순이는 아무대나 대소변을 하는 것 같다.

 

 

 

 

네게 맞는 목줄이 오면 예쁘게 매줄게 조금만 참아라.

 

자장 자장 예쁜 발순아!

잘 자라서 친구가 되어 주라.

그런데 절대로 너무 크지는 말아라!

딱 나하고 장난치기 좋게 커라!

 

林 光子 200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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